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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덱 - 성인용 타로 덱은 정말 19금 주제에 강할까?


오랜 시간 국내에서 사랑 받는 카사노바, 데카메론 등의 타로 덱이 커뮤니티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19금 성인용 주제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사랑꾼(?) 카사노바를 주제로 하는 타로 덱이라면 정말 19금 주제에 강할 것도 같습니다. 커뮤니티 등지에서 이러한 특화 덱에 대한 수요는 꾸준합니다. 어떤 주제에 뛰어난 덱을 추천을 부탁하거나, 덱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묻는 글은 이제 일상입니다. 혹자는 타로 덱이 특정 주제에 장단점을 가지기 때문에 취급하는 상담 주제에 따라 수많은 덱을 구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1. 타로 덱의 설계 특화 덱 주장을 검증하려면 우선 타로의 구조와 설계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타로'라고 부르는 물건은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와 56장의 마이너 아르카나로 이뤄집니다. 토트 덱 처럼 별개의 경우도 있긴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이 체계 안에 존재합니다. 타로 제작자는 설계 과정에서 카드의 명칭과 번호, 그림 등을 통해 한 벌의 카드 덱을 만들게 되는데, 신비주의 제반 학문들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이 작업을 세심하고 정밀하게 구성하여 오류가 없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단순히 기존에 있는 타로 덱의 명칭이나 순서를 바꾸지 않고 그림만 바꿔 출시되는 덱들은 그저 수집용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드의 순서, 명칭과 상징은 모두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는 타로의 구조에 해당합니다. 제작자는 기획 단계에서 구조와 상징이 표현하는 의미가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없도록 조정하는 정교한 설계를 하게 되는데, 단순히 그림만 새로 그린 카드들은 이러한 과정이 빠진 덱도 많습니다. 현대에 제작되는 많은 타로 덱들은 마르세유, 웨이트, 토트 등의 고전 명작 타로의 설계 구조에서 그림만 바꿔 그리면서 조정 작업은 게을리합니다. 고전 타로 연구자 & 제작자들이 출판한 카드 해설서는 자신이 만든 타로가 왜 이렇게 제작 되었는지 이론적 근거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두껍고 어려운 것이 당연했던 반면에 현대에 출시되는 카드들은 이러한 근거를 충실히 해설하는 사례를 찾기가 힘듭니다.(물론 그중에서도 잘 만든 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 주제, 설계에 따른 차이? 오늘 칼럼의 주제인 '특화 덱'에 대해 알아보려면 반드시 알아볼 명제가 있습니다. "설계에 따라 카드가 던지는 메세지가 달라지는가?"라는 의문입니다. 주제에 따라 카드가 나타내는 메세지가 달라진다면 '특화 덱'은 존재할 수 있겠지요. 최근 웹 서핑을 하다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웨이트 덱은 잘 만들어진 타로이지만, 신비주의에 너무 매몰되어서 조언을 할 때에 그쪽 관점만 말하게 된다." A. E. 웨이트가 신비주의 사상가였던 것은 사실이고, 웨이트 덱 역시 신비주의 철학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로를 통해 조언을 할 때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타로의 해석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아무리 신비주의적 그림을 그려놓아도 결국 상징은 해당 카드가 뜻해야 하는 특정한 '개념'을 덱의 주제에 맞는 그림으로 '표현'만 했을 뿐 철학이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좀비 타로의 심판 카드와 웨이트의 심판

웨이트 덱에서는 20번 심판을 표현하기 위해 성경에서 '최후의 심판' 장면을 가지고 왔지만, 좀비 타로에서는 핵폭탄으로 좀비를 모두 청소하는 장면으로 20번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견 보기에는 서로 많이 다른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지만, 둘 모두 '결말'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본질은 같다는 말입니다. 물론 덱에 따라서 상징이 다르기 때문에 웨이트 덱의 의미를 그대로 적용해서 다른 모든 타로를 읽어낼 수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마르세유(TdM)의 드니에 - 웨이트(RWS)의 펜타클처럼 상징이 서로 다른 영역을 표현하는 사례도 있는 까닭입니다. 중요한 점은 타로의 주제(테마)가 조언의 방향이나 리더의 관점까지 컨트롤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고, 만약 본인이 타로 덱의 주제로 인한 한계를 느꼈다면 카드 의미를 점에 사용하기 위한 번역 작업게을리 했다는 뜻일 뿐, 덱이 가지는 주제의 한계는 아닙니다. 타로 덱의 주제는 표현일 뿐 본질이 아닙니다. 반대로 말해서 성인용 덱이라 한들 타로의 구조상 해당 카드가 표현해야 하는 의미를 성인용 그림을 주제로 표현한 것일 뿐 특별한 장점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타로가 점술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모든 상황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특정 방면에 편향된 경우에는 장점에 따른 단점도 함께 생기게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특화 덱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황된 주장인지 알게 됩니다. 3. 상업적 활용이라면... 일선에서 손님을 받는 현업 타로 리더라면 시커의 눈길을 끄는 목적으로 화려한 퍼포먼스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상업적 목적으로 특화 덱을 홍보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타로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본질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수많은 타로 커뮤니티에서 특화 덱이나 덱의 특성을 말하는 글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으로 보여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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