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을까?
- C. R. Stella
- 2022년 8월 7일
- 3분 분량

국내 타로인들은 타로가 신비주의 단체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하는 사례는 찾기 힘듭니다. 검색으로 정보를 찾아봐도 몇몇 유명 신비주의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제작에 관여했다는 서술은 쉽게 찾을 수는 있지만, 이들이 타로를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칼럼은 타로의 신비주의적 사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보려고 합니다.
1. 타로는 오컬트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대중들도 과학적인 사고를 하게 되면서 전통적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신비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종교를 믿는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비과학적인 내용이 방송에 나오면 비판을 받는 것처럼 신비의 영역도 마찬가지로 입지를 잃어가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의 발전과 정신적 수양의 측면에서 신비주의는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요가나 명상과 같은 형태로 우리 곁에 친숙하게 남아있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비교적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타로는 신비가들의 손에서 탄생했으나 카드와 그림이라는 도구의 특성 때문에 대중들에게 '재미로 보는 점'이나, '심리상담'과 같은 오해가 쌓여 과학 시대에서 살아남았습니다. 타로가 비과학적인 것이 아니라는 변명을 하려고 칼 구스타프 융의 동시성 이론과 같은 심리학 개념을 빌려와서 상담의 이미지를 덧칠한 셈입니다. 심지어는 타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타로는 미신일 뿐이라며 폄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들도 타로를 다루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론적 기반이 빈약한 본인의 얕은 공부를 "타로는 원래 미신이기 때문에 근거가 없다"고 폄하하는 변명이거나, 비과학적인 도구를 다루는 과학 교육을 받은 현대인의 딜레마 정도일 테지요.
"네, 타로는 신비한 도구입니다."
먼 미래의 발달한 과학이 타로의 신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명확하게 밝혀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태생부터 오컬트였으며, 무작위로 뽑은 카드를 통해 점이 작동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저는 확신합니다. 타로는 작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해석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저를 찾아오는 시커 분들께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믿습니다. 과학의 비판에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카드로 타인의 점을 봐주는 사람이 가져야 할 프로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주의 기원이 밝혀진다고 해서 성직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우리가 하는 일의 의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2. 마법적 용도
고등마법에서는 4대 원소의 상징물과 함께 타로카드를 제단에 올린다.
이전 칼럼에서도 몇 차례나 강조했듯 타로는 서양 신비주의 사상가들이 오컬트 철학을 기반으로 제작(또는 해석)한 도구입니다. 우리 밴드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웨이트 덱이 대표적이지요.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가 몸담았던 황금 헤르메스 새벽회(이하 황금여명회)는 이러한 서양 신비주의 마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단체였고,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타로를 단순히 점을 빙자한 상담 따위를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첨부한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에게 타로카드는 마법 의식에 필요한 도구였으며, 사용한 마법의 결과를 미리 탐지할 수 있는 일종의 레이더였습니다. 또한, 단체의 철학을 입문자에게 쉽게 교육할 수 있는 교보재이면서 그림을 명상에 사용하는 등의 신비적인 용도로 제작된 마도구인 것입니다. 그래서 신비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 독학으로 카드 상징을 해독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난해할 수밖에 없고, 동양 문화권에 속한 한국인은 더욱 불리합니다. 물론 타로 리딩을 위해서 이러한 신비주의적 수행을 실천할 필요는 없지만, 공부를 위해 카드 의미를 추출하거나 설계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식이기도 합니다.
그간에 여러분이 갖고 계셨던 타로에 대한 이미지는 국내에서 자생한 '심리', '힐링' 마케팅의 산물이며 본래 타로를 만든 제작자, 연구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입니다. 신비적이고, 철학적이며, 마법적인 도구라는 인식을 갖고 바라보면 그동안 다소 가볍게 느껴졌던 카드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타로는 가볍게 재미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힐링이니 심리상담이니 하는 말처럼 좋은 말만 해주는 도구도 아닙니다. 취미로 재미있게 해보고 싶어 접근하는 분들이라면 그저 즐기는 것으로 족하지만 만약 현업을 지망하거나 진지하게 공부를 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타로를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할 것입니다.
친절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다소 무거운 주제의 칼럼이 되고 말았습니다. 리더가 가지는 말의 무게에 대해 설명한 칼럼에 이어 도구의 무게를 설명했습니다. 대세가 되어가는 '힐링/상담' 개념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현업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소양이나 인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태생부터 신비주의였던 도구를 국내에서 다르게 취급한다 하여 본질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고 상상으로 도구를 다뤄온 이들이 만든 이야기가 정설로 자리잡지 않기를 바랍니다. 타로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지나치게 가벼운 취급을 받는 타로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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