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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불가의 원칙, 정말 중요할까?

최종 수정일: 2023년 1월 29일



하나의 주제로 여러 번 점을 보는 행위를 금한다는 '재점불가의 원칙'은 역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개념입니다. 타로뿐만이 아니라 사주 등 다른 분야의 커뮤니티에서도 흔하게 통용되고 있죠. 하지만 이 원칙이 어떤 원리에 의해서,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저 막연하게 원칙이니 지켜야 한다며 다른 리더나 시커를 혼내는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번 배열을 뽑는다고 해서 특별히 내용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공부를 하던 시절에는 이게 참 궁금했는데 실험을 해보니 제대로 타로를 읽을 줄 아는 분들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도 같은 방향으로 읽어내셨습니다. 만약 같은 질문으로 두 번을 뽑았는데 각각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온다면 그 리더가 알고 있는 카드 의미나 배열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현업으로 타로를 보다 보면 저 말고도 다른 곳에서 같은 내용으로 여러 번 점을 보고 온 손님들도 많습니다. 그때마다 재점불가의 원칙을 들이민다면 그 리더는 상업적으로 사장되고 말 것입니다. 애초에 지켜질 수가 없는 원칙인 셈이지요.


역술과 다르게 채널링의 영역에 속하는 신점 등의 영역은 다를 지 몰라도 사주, 점성술 등의 역학 분야에서 재점불가의 원칙이 있다는 이야기가 고전 시대의 책에 나온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즉,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왜 널리 퍼졌는가?


업계의 현실을 저격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상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곳에서 점을 보고 온 손님을 만난 경우라고 가정했을 때 각기 다른 해석 내용이 나왔다면 누구 하나는 맞고, 누군가는 틀리게 될 것입니다. 명백한 결과 앞에서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으니 틀린 사람은 소문이 나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애초에 경쟁을 피하는 업계의 상술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틀린 경우에도 "재점불가의 원칙 때문에 카드가 다르게 나와서 그렇다"는 등의 변명을 늘어놓기 위한 포석으로도 유용하기 때문에 변명 용도로 자주 사용되기도 합니다.


점이 신비하다고 느껴지는 분야에 속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 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이런 속설들이 흔하게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타로는 3개월만 보는 단시점이다."와 같은 수준의 낭설들은 어떠한 근거도 없이 수용되는 실정이지요.


'원칙'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까지 붙어서 통용되는 이런 루머들을 공공연하게 강요하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정리


리더의 실력을 테스트할 목적으로 대놓고 재점을 보는 행위는 원칙을 떠나서 무례함으로 비춰질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를 놓고 실력이 좋은 리더를 찾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니 여기저기 알아보는 일을 할 수는 있지만 대놓고 당신을 시험하겠다는 태도는 원칙을 떠나서 예의의 문제가 됩니다.


또한 재점불가를 테스트 할 때에는 다양한 변인을 통제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야 하는데 비전문가들은 중간에 질문을 교묘하게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해서 같은 결론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던진 질문이 "부부 사이가 좋을까요?"였는데, 두번째 질문을 할 때에는 "썸 타는 사이인데 좋은가요?"로 변하는 경우입니다. 비슷한 내용이 나오기는 할 테지만, 같은 방향성이라도 썸 타는 사이에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부부 사이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조금씩 다른 내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여러 번 보는 시커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카드를 뽑는 행위입니다. 매번 카드는 다르게 나올 테지만 다른 해석 내용이 튀어나오지는 않습니다.재점을 보면 달라질 정도로 불안정한 도구라면 다른 곳에서 여러 번 점을 보고 온 손님은 무조건 다른 해석 내용을 받아 갈 텐데 그렇다면 첫 번째로 점을 본 이후로는 점술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타로가 무작위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매번 다른 카드가 나오니까 내용도 다르게 나오지 않겠냐"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타로가 신뢰할 수 있는 점술 도구라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아무리 카드를 여러 번 뽑아도 같은 내용이 나오도록 작동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첫 질문에만 올바른 답이 나오고 다음 배열은 무조건 달라진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첫 번째로 보는 것이 아닌 리더는 무조건 틀려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런 손님들도 문제 없이 상담을 하고 맞혔다는 피드백을 받는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재점불가의 원칙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타로는 과학이 아니라 신비의 영역에 속하는 도구이며 현대 과학의 상식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작동 체계가 존재합니다. 몇 번의 점을 보아도, 카드가 달라져도 질문만 같다면 하나의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바로 타로가 올바르게 작동한다는 증거입니다.

 

마치며


타로 리더에게 결과가 틀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나 실패 없이 성장하는 사람이 없듯 누구나 틀릴 수 있고, 그것을 기회로 삼아 발전합니다. 공공연하게 자기 적중률이 높다고 떠들고 다니거나, 틀렸을 때 온갖 변명을 일삼아 회피하는 태도는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족함을 알고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배우는 사람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임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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