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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의미를 고증하다.




누군가 제게 타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상징'이라 답할 것입니다. 사주에는 오행, 점성술에는 7행성과 황도12궁이 있듯 타로에는 상징이 있습니다. 타로가 점술 도구로서 기능하는 원인이 바로 이 상징에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어떤 이들은 상징이 그저 타로에 심취한 사람들이 이론으로나 떠드는 것 정도로 취급하기도 하지만, 상징에 의해 작동하는 도구를 해석함에 있어 상징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생각합니다.

 

◎ 상징의 범주

초보자는 카드에 그려진 그림만을 상징이라 하겠지만, 상징의 의미는 그보다 넓습니다. 카드에 부여된 순서와 숫자의 기호도 상징이요, 카드의 이름조차 상징인 까닭입니다. 애초에 앞장에 그려진 것 중 상징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아, U.S게임즈의 저작권 표시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카드의 채색, 시선의 방향, 성별, 배경 등 모든 것이 특정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상징의 배치가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저 고증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지엽적인 부분은 상징이 아니라 고증이라는 뜻이지요. 저는 이러한 견해를 극렬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웨이트 덱의 나이트 카드의 말을 봅시다.


웨이트 덱의 나이트 카드들


A. E. 웨이트 본인의 서술에 따르면 왼쪽에서부터 순서대로 각각 여행마, 예식마, 군마, 역마를 타고 있습니다. 그림을 담당한 파멜라 콜먼 스미스 여사는 그의 구상에 맞는 품종의 말을 그렸을 것입니다. 이중에서도 Np의 품종은 십중팔구 샤이어 종의 역마처럼 보입니다만 소소한 색깔이 달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나머지 말은 아라비안, 늙은 회색말 등으로 추정만 될 뿐, 정확한 품종을 알 수는 없지요. (말들의 외양과 색깔에는 신비주의적인 다른 의미도 중의적으로 들어가 있으나, 이 칼럼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상징 체계를 두고 웨이트가 지정한 말에 대한 서술은 '상징의 의미'에 해당하고 실제로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넣는 것은 '고증'일 뿐이라는 주장은 주객전도라고 생각합니다.

 

◎ 타로의 의미는 상징에서 나온다.

반대로 생각을 해보면 저러한 주장이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설계자가 특정한 의도를 가진다 한들 잘못된 상징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말이 아니라 노새나 당나귀를 타고 있다고 해도 제작자의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고찰해봅시다. 절대 지금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야 정상입니다. 그러니 '고증'이니 무시할 것이 아니라 '카드의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상징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하고, 프레임 안에 들어간 모든 요소는 하나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정리하자면, 해석의 기준을 제작자가 쓴 책의 글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완성된 카드의 그림과 제작자의 서술이 일치하여 만들어낸 결과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입니다. 배우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데에만 혈안이 된 사람이 아니라면 학자적 양심으로 책임감을 갖고 이러한 주장을 배척해야 합니다.

 

◎ 어느 것도 사소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 상징은 카드의 의미를 구성하는 장치입니다. 하나하나가 오해 없이 정확한 방향으로 읽는 사람을 인도하기 위한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깊게 공부를 하다 보면 사소하고 의미가 크지 않은 것 같은 상징도 사실은 잘못된 해석으로 빠지지 않기 위한 힌트나 배려인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눈부신 재능을 가졌으나 인정을 받지 못했던 위대한 예술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 선생의 안배인지, 제작자인 A. E. 웨이트의 솜씨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웨이트 덱의 정밀한 상징 배치는 1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빛나고 있습니다. 학으로 카드 의미를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상징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할 요소입니다. 아니,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단한 반석 위에 세워진 건물이 천 년을 가듯, 공부도 기초가 부실하면 금방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을 지엽적인 것으로 팽개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여러분의 공부를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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